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유통기한 말장난으로 만든 광고 카피가 많아서 그런 걸까(많다고 해놓고 또 예를 들자니 안 떠오르네, 보일락말락 아일락?), 가끔 포장지에서 엉뚱한 글자를 보고 다시 보면 착각인 경우들이 있다. 얼핏 본 포장지에서 '순수하고 눈맑은'이란 표현을 보고, 아니 '계란에 웬 눈?'인가 하며 다시 쳐다보니 '눈'은 온데간데 없다. 찰나에 불과한 짧은 시간 동안 '계란의 눈은 노른자인가?'라는 생각도 한 것 같다. 냉장고 문짝에 계란 포장지 따위를 붙여놓은 건 내 아내다. 유통기한에 민감한 건 나지만 잔소리에 능할 뿐이다. (사진을 위해 연출한 것이 아니란 것입니다.) 여러가지 공산품 품질표시 의무사항이 있지만 나의 세대에게 '유통기한'이 각별했던 적이 있다. 여기서 나의 세대란 김연수가 "나와 함께 뉴 트롤즈의 아다지오를.. 더보기
박찬욱의 오마주 Vs. 김지운의 숏컷(공개용) "박찬욱의 오마주"와 "김지운의 숏컷"은 잡지에 실렸던 글을 에세이집 형태로 묶어 출간한 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편집자 입장에서 두 책의 진행 과정은 달랐다고 한다. 먼저 박찬욱의 경우 박찬욱의 오마주 박찬욱 지음/마음산책초고는 잡지에 실린지 이미 오래 된 글이었기 때문에 시의성이 떨어졌다. 예를 들면 책에 등장하는 아이가 벌써 많이 자라 있다거나, 뭘 좀 아는 독자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있었다. 따라서 어느 정도 개고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유명 감독의 시간이 쉽게 나질 않는 것은 물론, 글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생생한 당시의 장면을 다시 쓴다는 것은 아깝고, 재미없는 일이었다. "시간도 아끼고 글의 원형과 맛을 살리는 방법은 없을까?" 있었다. 본문을 고치는 대신 주를 달았다... 더보기
책 기획서의 내용 1. 원고명(가제) - 부제에 가까운 제목 "여행가 한비야의 오지 탐험기", "조선일보 이규현 기자의 미술 시장 리포트" - 구체적인 부제의 목록을 만들어 본다. 2. 필자명 - 1순위, 2순위 - 필자에 대한 데이터 정리 (통화/미팅 내용, 일정, 특이사항) 3. 원고 장르 - 요즘은 하이브리드 시대이므로 단순히 서점분류로 하지 말 것 - 출판사 내부 분류법도 좋고, 스스로 시리즈 기획까지 나아가도 좋고 4. 원고 구성 시놉시스: 원고량, 목차, 내용 요약 - 하나의 기준점이 됨 (그러나 원고의 방향은 달라질 수도 있음) 5. 유사도서 분석 - 장르, 내용, 필자, 잘 팔리는 책 vs. 안 팔리는 책 - 유사도석 분석 후 시장성 없으면 drop 여부 결정해야 함 6. 예상 판매 부수 - 초판 발행부수(.. 더보기
서울국제도서전 가볼 만한 출판사 부스 안녕하세요. 서울국제도서전 다녀왔습니다. 첫날이고 평일이라 비교적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었는데요, 책을 많이 사는 바람에 어깨가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부스의 절반 정도-아마 교육관련-는 보질 못했죠.) 관람하면서 편집자과정 수강생님들이 들르시면 좋겠다 싶은 곳이 몇곳 있었습니다. 1.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 격주간 출판전문지 '기획회의'를 창간호부터 판매하고 있습니다. - 가격은 1,000원에서 2,000원입니다(원래 6천원이죠). 전질 다 사시면 택배로 부쳐준답니다. - 구간 도서를 권당 1,000원에 팝니다.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 '우리시대 스테디셀러의 계보' 등의 도서는 꼭 읽어볼 만 하지요. 2. 출판저널 - 역시 월간 '출판저널'을 할인 판매(3천원)합니다. '스테디셀러' 특.. 더보기
출판사의 자기 색깔 '우리 출판사는 만화는 출간하지 않는다'라는 원칙보다는 '우리 출판사가 만화를 하면 어떤 만화를 할 것이다'라는 자기 색깔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가 "편집자입문과정"의 '편집의 이해1_원고와 저자'(66쪽)에서 더보기
편집자는 저자의 생각과 삶을 다룬다 신문기자는 뉴스를 다루지만 출판편집자는 원고와 원고를 쓰는 저자의 생각과 삶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가 "편집자입문과정"의 '편집의 이해1_원고와 저자'(63쪽)에서 더보기
'망치의 사랑'. 철/나무, 그리고 담배, 2007 Scene #1 80년대 중반쯤이었을 것이다. 한 남자가 자신의 청혼을 거절하는 여인을 납치해 감금하고 그 몸에 문신을 새겨 넣은 사건이 있었다.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문신의 내용은 자신이 그 여자를 사랑하며 따라서 그녀는 자신의 것이라는 선언이었다. 아이들이 모자나 신발주머니 같은 것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제 물건에 이름을 써넣듯이 그는 여자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그 몸에 자기 이름을 써넣었다. 여기서 여자의 몸은 남자가 사랑하고 소유할 대상물이자 그 귀속관계를 명시한 문서 자체가 된다. 1인 2역. 신체가 글쓰기의 바탕으로, 텍스트의 가장 안전한 보관소이자 운반체가 되는 것이다. 이 사건의 괴기함은 피해자가 자기의 의사에 반反하여 자신을 지시하는 기호를 영구적으로 자기 몸으로 운반하게 .. 더보기
혁명을 팝니다 혁명을 팝니다 조지프 히스.앤드류 포터 지음, 윤미경 옮김/마티 이적(다행이다) 홈페이지에서 본, 사실은 신문 서평에서 먼저 본 책 '혁명을 팝니다'. 히피나 펑크족이 대표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반문화(counterculture) 이데올로기가 허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진보시키는 데 필요한 실천을 방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책 표지에는 스타벅스 로고와 체게바라 얼굴이 함께 인쇄되어 있는 커피컵이 자리하고 있다. "체 게바라는 왜 스타벅스 속으로 들어갔을까?"라고 묻고 있다. 체 게바라는 반문화주의자는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반면 스스로 MTV와 롤링스톤(주류 록 미디어) 속으로 걸어들어갔던 커트 코베인은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가 신봉한 반문화주의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