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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이등병의 편지, 재주소년 인터뷰

재주소년 3집 - 꿈의 일부
재주소년 (才洲少年) 노래/서울음반

(2006년 9월, 박경환과)

이등병의 편지 - foreword


석장의 앨범 중 가장 ‘있어 보이는’(사랑스러운 종류는 아니다. 여전히...) 앨범 아트웍의 최신 앨범 「꿈의 일부」는 그들의 3집, 데뷔한 지 3년이 지났다. 마른 겨울 하늘 <눈 오던 날>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2003년 12월이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지는데도 말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조동익, 이병우, 혹은 어떤날을 향한 가능태에 불과할지 모르나 아직도 (안타깝게도) 그들밖에는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신인이 없다. 때문에 그들이 아직도 소년인 것은 그들의 탓이 아니다.


* 유상봉은 잘 있나? (그는 지금 군복무 중이고 박경환도 9월 말 입대한다.)

좀 말랐다. 안쓰럽기도 한데 씩씩해졌다. 말끝을 절대 흐리지도 않고. 지금 라디오에 출연하면 나보다 더 잘 할 것 같다.

* 라이너노트를 보니 <군대송> 가사는 다른 사람이 쓴 것 같다.

예전 매니저였던 ‘노동1호’ 김동영 형이다. 델리스파이스 <항상 엔진을 켜둘께>도 그렇고 가사를 여럿 썼다. 초안을 주셔서 상봉이가 몇군데 수정했고 내가 한 단어 정도 고쳤다.


그동안 재주소년 앨범의 작사, 작곡, 편곡자는 모두 재주소년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유상봉 작곡, 박경환 작사 같은 문구를 쓰지 않았다. ‘레넌 & 맥카트니’처럼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일부러 그렇게 하면서 그들만의 낭만에 젖었던 건데 아무도 그에 관해 물어보지 않았다며 섭섭해 한다. 사실 대개의 곡은 제 주인을 모시고 있는데 가령 <마르세유>는 유의 곡이고, <Alice>는 박의 작품이다.


* 창작물을 공유하는 건 밴드 롱런을 위한 좋은 방법이라 들었다.

그런 생각도 든다. 우리는 분명히 내 노래, 네 노래가 따로 있지만 (가사가 나오면 곡도 마무리 하는 식이다) 그렇지 않기도 하다. 상봉이는 일산에, 나는 제주도에 있을 때, 상봉에게 신곡을 들려주겠다는 일념 하에 열심히 곡을 만들어서 메신저로 보내주고 얘기하고, 그의 노래를 내가 받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곡을 쓰면서 이미 함께 한다는 느낌이다.

* 인터넷, 블로그 같은 것에 관심 있나?

싸이월드 하는 게 고작이다. 아, 밀림닷컴이라고 아나? 데뷔 전에 신곡 만들어 올리면 컨트리 차트 1위하고 그랬다. 그 재미에 엄청 올렸는데, 아직도 남아 있을까?

* 예전에 쓴 곡이 지금 곡보다 나을 수도 있다.

<팅커벨>이 그랬다. 2집의 <이분단 셋째줄>, 1집에서는 <귤>이 아주 초기에 만든 곡들이다. 예전 곡들이 신곡을 제치고 타이틀 곡이 된 거다.


한대수의 <물 좀 주소>도 10대에 쓴 곡이라지 않던가. 재주소년의 과거가 미숙했다면 그건 편곡에 한정되는 이야기일 뿐, 1집의 <명륜동>과 3집의 <군대송>을 비교해 보면 본질은 그대로다. 하지만 <군대송>은 오케스트라 타악 샘플을 사용한 재주소년 레퍼토리 가운데 독특한 곡이다. 3집은 효과적인 편곡, 조규찬의 멋들어진 코러스 멜로디(와 슬로우 6, 신세철, 하키, 정무진 등 선배들의 적절한 도움), 경제적인 샘플링(<Sunday>와 <전쟁과 사랑>은 2집 <새로운 세계> 드럼 녹음의 재활용이다) 등 재주소년의 현실적 꿈과 이상을 제대로 구현한 앨범이다. 그리고 바다 3부작이 있다. <출항, 낮과 밤>, <아버지의 배>, <분주한 아침>은 선장의 아들 유가 클래식 기타로 연주한 잔잔한 오디세이아다. 늘 항해 중이었던 유의 아버지에 대해 경환은 “어쩌다가 집에 오신 상봉이 아버지가 나를 보고 ‘어 경환이 왔냐’하신다. 나는 맨날 놀러 갔는데”라고 회상한다. 그에게 2집에 대한 회상도 부탁했다.


“사람들이 2집의 어떤 면에 불만이었는지 알고 있다. 1집은 네이키드하게 녹음되었는데 사실 노련해서 그런 게 아니라 할 줄 몰랐던 건데. 2집에서는 그걸 해보려고 준비하다가 음원을 날렸다. 결국 급하게 녹음한 곡이 많았고 내 뜻이 반영되지 않아 마음에 (앙금이) 남아 버렸다. 지금 돌아보면 그게 잘못된 작업이었던 것 같지 않다. 엊그제 오랜 만에 다시 들어보았다.”


다시 들어보자. 영화음악을 하느라 바쁜 이병우, 그리고 재주소년이 다시 돌아올 그 때까지 시간은 충분하니까.


박경환의 앨범 뽑는 재주 “어떤날, 루시드 폴 말고도 들을 음악은 많죠.”

Jack Johnson / In Between Dreams

Damien Rice / O

Kings Of Covenience / Riot On An Empty Street

Keren Ann, Earth Wind & Fire, Daft Punk, FPM


(by slow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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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올린 인터뷰(선장의 아들이자 외로운 시인에 대한 보고서)를 정제한 글.

인터뷰 기사는
1)실제 이루어진 대화에 대한 2)받아쓰기 후 3)이런 모양으로 정리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