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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루시드폴_인터뷰 part 2

Interview

Lucidfall

+ 김정찬 씨에 대한 사연을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읽었습니다. 그와 공동작곡으로 되어 있는 <노래할게>의 가사는 절박합니다. "너는 이제 내 목으로 노래하네", "다시는 난 바다를 노래하지 않으려 해"….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음악의 완성도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이런 개인적인 시련이 이 음반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 준 것 같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가사가 매우 구체적이고 음악 표현과 긴밀하게 어울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 곡은 아시는 것처럼 특별한 곡이 되어버렸지요. 때로는 음악이 저를 치유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 그렇다면 삶의 행복과 완전한 음악 중 어떤 것을 택하시겠습니까?
- 두 가지가 다른 선상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만족스러운 곡이나 음반 하나를 위해서 제가 가진 많은 걸 버릴 자세는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힘들어야 치열한 음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1집을 낼 때, 연애의 시련이 저의 전부였고, 그 때 혹은 조금 이후에 그런 상처가 아물고 나서 오히려 당황스럽게 스스로에게 묻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이제 뭘 노래하지?' 지금은 아픔으로부터 오는 자극이 아닌 세상에 널려있는 수많은 것들을 어떻게 더 잘 노래할 건지를 두고 계속 스스로 고민하고 싶습니다.

+ 참여한 사람들과의 인연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루시드폴 음반 치고 상당히 많은 'featuring' 문구를 볼 수 있는 음반입니다. 원거리에서 함께 작업한 방식도 궁금합니다.
- 대부분의 작업을 작년 겨울에 다 마쳤었습니다. 그래서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같이 한 경우가 많은데, 라오스에서 온 편지의 경우, 데모를 메리 친구들에게 보내주고, 간단한 곡 설명과 어떻게 곡을 쓰게 되었나, 이런 걸 얘기했지요. 그런 다음, 알아서 작업을 해 왔는데, 너무 좋아서 그냥 보컬까지 순용이 목소리를 넣으려다고 참았습니다.. --;; 이심전심이었다고 할까.. (알고보니 멤버들끼리 많이 싸웠더고 하더군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이적형의 경우엔,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는데 정말 흔쾌히 승낙을 해주셨지요. 근데, 오히려 "내 목소리가 맞겠냐"고 걱정을 하시길래, "그게 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라고 말씀드렸지요. 물론, 결과는 제가 원하는대로 입니다.

+ <사람이었네>같은 경우 미선이 시절 <치질>처럼 사회적인 의제에 대한 발언입니다. 앞서 언급한 몇가지 단서들을 통해 '미선이 시절로 어느 정도 회귀한 앨범' 따위로 정의 내려 볼 수도 있을까요? 그리고 <사람이었네> 가사를 쓰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 10 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미선이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 걸 보면 참 많이 놀라곤 합니다. 이곳 스위스는 쵸콜렛이 유명합니다. 커피도 그렇구요. 그 쵸콜렛과 커피로 네슬레 같은 회사는 막대한 이윤은 남기고 있겠지만, 그 원료를 들여오면서 얼마나 정당한 대가를 원주민들에게 지불하는지 그냥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그들이 '개척'한 그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곳 스위스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기아, 전쟁 등에 대해서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했구요. (물론 제 스스로 내린 결론은, 'no'입니다만) 그러면서, 결국 지금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웃기지도 않을 일들에 대해서 답답한 마음에 쓴 곡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요. 아, 전 사회주의자도 아니고 무슨무슨 '주의자'는 아닙니다. 그랬던 적도 없구요.

+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음악에 대한 치열한 열정과 자세를 드러내신 바 있습니다. 연주와 작곡 등 음악 수련이나 공부도 하시는지요? 아니면 음악적으로 완성된 자신 속에 있는 음악들을 꺼내고 계신 것인지요?
- 작곡을 특별히 수련하고 있지는 않지만, 듣고 있는 음악들이 모두 저에게 일종의 '수련'이 되겠네요. 물론 저는 음악적으로 완성된 사람과는 매우 거리가 먼, 막 길을 떠난 쪽에 더 가까운 사람입니다. 제 바람일 수도 있구요. 그래야 더 오래오래 음악을 할테니까요.

+ 12월 공연이 예정되어 있죠? 어떤 공연이 될까요?
- 특별한 이벤트없이 그냥 제 노래들을 부를 생각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이벤트'나 재미있는 만담을 기대하시는 분들은 다른 가수들의 더 재미있는 공연을 보시는게 더 나을 것도 같습니다.

+ 조윤석이 발표한 최고의 앨범은? 이번 앨범을 제외하고 답변하신다면?
- 아직 없네요.

+ 좋은 음악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핫트랙스 2007년 12월호 인터뷰, 교정 보기 전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