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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루시드폴_3집을 내고 인터뷰 part 1

Interview

어떻게 더 잘 노래할 것인가, 고민하고 싶다
Lucid Fall

+ 음악 외적인 화젯거리가 2가지 있는데요. 첫째, 파울로 코엘류 작가 인터뷰를 하게 된 배경과 인터뷰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 모 잡지사에서 기획한 인터뷰였습니다. 정확히 제가 선택된 배경은 모르겠으나, 제가 유럽에 살고 있고, 꼬엘류가 같은 작가와의 인터뷰보다는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과의 인터뷰를 원한다고 의사를 밝혀와서 제가 인터뷰어가 되었지요. 늘 인터뷰를 '당하는' 입장에만 있다가 한 번쯤 인터뷰어가 되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심정으로 참여하게 되었구요, 대략 한 시간 가량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 둘째, 논문 소식 또한 화제입니다. '버스, 정류장' 인터뷰에서 남들 음악하는 시간의 10%밖에 못쓰고 있다고 하셨는데(GMV 2002년 4월호), 요즘도 그런가요? 어마어마한 논문이라면 더 시간이 없었을 것 같은데요.
- 지금은 외국에 있으니까, 아무래도 한국에서보다 더 혼자 있는 시간은 많지만 그런 관계로 또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학교 연구실에 가서 일을 하고, 저녁에 퇴근하는데, 그 이후에, 곡을 쓰거나 연주를 하거나 하지만, 실제로 음악을 하는데에 있어서 '물리적'인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요. 오히려, '낚시'를 하는 사람처럼 기다리다가 낚아채는 것과 같아서, 그 기다리는 시간에 제가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요.

+ 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서 <무지개>를 듣고 '조빔이 되려나?' 생각했어요. 그러고 보니 파울로 코엘류를 만난 것도 삼바나 라틴아메리카 문화에 대한 관심이 계기가 된 것인가요?
- 삼바를 너무나 좋아하지요! 그래서 혼자 포르투갈어도 배우고 있고, 사실, 꼬엘류를 만날 때에도 그런 이유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의외로 음악에 대한 얘기는 많이 나누지 못했어요. 그의 과거 이력을 보니 음악 생활을 조금 한 것으로 나오는데 본인 스스로 '음악에는 재능이 없었다'고 말하며 언급을 많이 하지 않더군요. 브라질 음악, 문화에는 너무나 관심이 많지만 아직 다른 라틴문화에는 그다지 관심은 없습니다. 라틴 유럽에서도, 포르투갈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스페인 문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음악도 그렇구요. 저에겐 포르투갈 음악, 문화, 사람, 언어가 더 부드럽고 따뜻합니다. 스페인 음악이나 언어는 조금 저에겐 거칠어요.

+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2집보다 3집이 훨씬 흥미롭습니다. 이를테면 제가 록 사운드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루시드폴 자신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만들어진 과정도 틀리고 각 시기마다의 고유성이 있으니까 같이 비교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번 앨범은 저에게도 많이 의미가 있는 앨범입니다. 말씀하신대로 2집보다 몇 곡 더 밴드 구성으로 녹음을 했고, 그 멤버들이, 그저 고용한 세션맨들이 아니라, 녹음 당시, 공연을 같이 하던 멤버들이었고 그래서 더 많이 같이 호흡을 맞추고 인간적으로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사람들과 녹음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 디스토션 걸린 기타 소리를 오랜 만에 쓰신 것 아닌가요? 곳곳에서 발견되는 록킹 사운드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kid> 같은 경우 라이브에서 선보인 편곡에 비해 훨씬 록적이지요(물론 당시 공연 여건상 밴드 사운드를 할 순 없었겠지만요). 어떤 방향을 설정하고 작업에 임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 이번 앨범의 믹싱을 미국에서 했는데 엔지니어였던 Talley Sherwood 군(씨?)이 의외로 믹싱을 꽤 과감하게 하더군요. 한국에서 가믹싱을 했던 때보다 더 과감하게요. (재즈를 전문으로 하는 이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런 점을 원해서 미국에서 믹싱을 하겠다고 저희 회사 대표님 허리띠를 졸랐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한 셈이지요. 어떤 구체적인 방향을 정했던 건 아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각 곡들에 어떤 활력이랄까, 힘, vitality 같은 걸 강하게 넣고 싶었습니다. 감정적이지 않으면서 그런 vitality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반성/바람이 있었지요. '가을 인사'의 경우에도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흐르고 싶지 않아서 이적 형에게 보컬을 부탁드렸구요.

+ 노래 가사로 쓰지 않을 법한 단어를 빈번히 사용하고 있어요. 미선이 때의 "전과자의 몸으론 힘들어요"를 비롯해 이번 앨범에도 "우리 고3의 바다", "너는 아름답다 대한민국보다" 등이 귀에 띕니다. 본인도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본인만의 아이덴티티일까요?
- 제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하고 싶은 (혹은 해야하는) 것 중에 하나가 우리 나라 가요에서 가사의 폭을 넓히는 것. 입니다. 그건 분명히 제가 늘 염두에 있는 것 중에 하나지요. 오히려, 음악의 외적 스타일에 대한 관심보다, 그런 가사에 대한 관심 ? 무얼 노래할 것 인가. 어떤 수사법, 어떤 어휘를 쓸까, 그러면서 기존의 관성에 빠지지 않는 방법. 등등이 가장 중요한 제 음악에서의 화두중 하나입니다. 처음엔 조금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고, '가요에 이런 단어가 나와?'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작가들이 가요에 담을 수 있는 언어와 감성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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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 Fall (루시드 폴) 3집 - 국경의 밤 - 10점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Mnet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