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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혁명을 팝니다

혁명을 팝니다
조지프 히스.앤드류 포터 지음, 윤미경 옮김/마티



이적(다행이다) 홈페이지에서 본, 사실은 신문 서평에서 먼저 본 책 '혁명을 팝니다'.

히피나 펑크족이 대표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반문화(counterculture) 이데올로기가 허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진보시키는 데 필요한 실천을 방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책 표지에는 스타벅스 로고와 체게바라 얼굴이 함께 인쇄되어 있는 커피컵이 자리하고 있다.
"체 게바라는 왜 스타벅스 속으로 들어갔을까?"라고 묻고 있다.
체 게바라는 반문화주의자는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반면 스스로 MTV와 롤링스톤(주류 록 미디어) 속으로 걸어들어갔던 커트 코베인은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가 신봉한 반문화주의의 희생양이 되었다.

"우리의 적인 '체제'의 메커니즘을 뚫고 들어가 그 내부에서부터 녹슬게 만들 수 있다. 저들의 게임에 참여하는 척 위장하여 제국에 사보타지를 가해 저들이 도전을 유발할 때까지만 타협을 한다. 그러면 곧 털투성이, 땀투성이의 성차별주의자 마초 바보들은 자기 자식들의 반란에서 흘러나온 면도날과 정액의 웅덩이 속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악습을 벗어던진 무장한 십자군인 이들은 월 가를 혁명의 잔해들로 흩뿌려 놓을 것이다."

커트 코베인은 방송국에서 립싱크를 해야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나, 롤링스톤 커버 인물로
선정되었을 때 저런 생각으로 자기를 설득해야 했다.

그리고 립싱크를 하며 "약을 장전하라, 친구들을 죽여라 (Load up on drugs, kill your friends)"(원래 가사는 "Load up on guns, and bring your friends "
)라고 가사를 달리 부르거나, 커버 사진을 찍으며 "기업 록 잡지는 여전히 구리다"(Corporate rock magazines still suck)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주류 문화의 심장부에서 훼방을 놓아 이 세계가 매트릭스와 같은 환영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혁명을 팝니다'(The Rebel Sell)에서 영화 '매트릭스'의 모피어스의 말을 인용하고 있는데,
커트 코베인이 했던 말과 닮았다.

"매트릭스는 시스템이야, 네오. 시스템은 우리의 적이지. 시스템 내부에 있을 때 주위를 돌아보면 무엇이 보이지? 사업가, 교사, 변호사, 목수들이지. 우리가 구하려는 게 이 사람들의 정신이야. 하지만 그러기까지 이 사람들은 여전히 시스템의 일부이고 그래서 우리의 적이지. 이 사람들 대부분이 접속을 끊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길들여져 있고 너무도 무력하게 시스템에 의존하기 때문에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싸울 걸세."

책을 쓴 조지프 히스와 앤드류 포터는 모피어스의 이 말이 반문화주의자의 생각을 제대로
요약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생각은 잘못되었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을 통합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단일의 체제는 없다. 문화 혹은 체제가 없기 때문에 문화에 훼방을 놓을 수 없다. 모호하게 뭉뚱그려 말하자면, 때때로 우리가 공정하다고 인식하지만 대개는 명백히 불공정한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 제도들이 있을 뿐이다. 이런 세상에서 반문화 반란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이고 확실히 비생산적이다."



흥미로운 소재(20세기 소비사회를 매혹시킨 반문화의 여러 유형)와 확실한 주제(반문화주의는 잘못되었다)를 밝히며 의기양양하게 시작되는 책이지만, 몇가지 사소한 오역이 눈에 띈다.

사소한 오역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를 불러일으키는데, 물론 나의 소심함 때문일 것이다.
독 마튼스(닥터 마틴 = Doc Martens), 장 보드리야드(장 보드리야르 = Jean Baudrillard) 같은, 정말 사소한 문제로 도저히 내가 발견할 수 없는 중대한 실수가 있지나 않을까 조바심 나게 한다면 이 것은 지나친 낭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