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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꼼짝마

나도 압구정동에 와 보기 전까지는 실감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여긴 성형외과가 많다. 비율로 따지면 성형외과 50%, 피부과 20%, 한의원 15%, 그밖에... 인 것 같다.

필요한 병원을 찾기 위해 수많은 성형외과 간판은 일종의 시각적 장애물이며 공해라고 할 수 있는데,
압구정역 주변에서 어렵사리 이비인후과를 찾아갔다. 어릴 때부터 비염이 있는 내가 가장 많이
가본 병원이 이비인후과다.

이제 전처럼 콧물을 달고 살거나 하진 않지만, 질긴 이비인후과와의 인연은 목젖인지 편도선인지에
상처가 나면서까지 이어졌다. 뭘 삼킬 때마다 목이 아파 후레쉬로 비춰보니 작고 동그란 상처가
나 있었다.

전에 기침을 많이 해서 가보았던 어렵사리 (성형외과의 정글을 헤치며) 찾아간 이비인후과를
다시 가게 되었다. 수많은 이비인후과를 다녀봤지만 코내시경이란 걸 해본 곳은 거기뿐이었는데,
이번에는 또 어떤 놀랄만한 첨담 기술을 동원할지 기대가 되어 솔직히 가기가 꺼려졌다.
압구정동이라면 왠지 바가지를 쓸 것 같은 불길한 예감... 홍대에서 5만원에 먹던 데낄라를
15만원에 먹은 다음부터 내 사고체계에 강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에어콘도 나오지 않는 가게였는데 말이다.

오늘은 첨단 장비와 고가의 치료비 대신 꼼짝 못할 농담을 제공 받았다.
"오랜만이네요. 오늘은 어디가 불편해서?"
"목이 아파서 거울로 비춰봤더니 상처가 났더라구요."
"궤양이네요. 뭐에 긁혔어요."
"..."
"손으로 긁은 거 아니죠?"
"..."

치과나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대개 입이나 코에 뭘 집어넣은 상태에서 질문을 하고
환자는 답을 할 수가 없다.
그들만이 누리는 작은 기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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