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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취하는 비

Vodka Rain (보드카 레인) 1집 - The Wonder Years
보드카레인 (Vodkarain) 노래/CJ Music

하늘에서 어느날 하얀 눈만 내려도 사람들의 마음은 평상시와는 완전히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알코올 도수 40의 보드카가 하늘에서 뿌려진다면 어떨까? (from vodkarain.com)

 

보드카 레인은 이 물음에 <A Farewell Song>으로 답한다. 여러 겹의 기타와 스트링 편곡, 밤하늘을 날아온 모스부호 같은 샘플들이 사운드의 벽을 이루는 <A Farewell Song>의 정서는 콜드플레이의 <Yellow>나 마이블러디 발렌타인의 Loveless」에 닿아 있으며, 보드카에 취한 것 같다고 표현할 만한 앨범의 대표적인 곡이다.


이 밴드를 아는 사람들의 입에서 멤버 중에 서울대가 있다는…”식의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과장하지 않더라도) 100%인 상황이다보니 굳이 나까지 글로 옮겨 적을 필요는 없고, 적고 싶지도 않다. 다만 대학 이름과는 무관한, 그러나 훌륭한 신인 밴드의 음악이 이들의 데뷔 앨범 「The Wonder Years」에 담겨 있음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The Wonder Years」는 90년대 이후 몇 안되는 모던록 밴드들만이 구축할 수 있었던 독자적인 음악성과 명성의 세계에 진입하기 위한 티켓과 같은 앨범이다. 앞서 언급한 <A Farewell Song>은 물론 앨범의 첫 곡 <아무래도 좋아>는 존 메이어 혹은 마이 앤트 메리에게서나 들을 수 있었던 생동감 넘치는 리프와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이어지는 <친구에게>‘Just Pop’의 이념에 동조하는 멋들어진 연주와 그루브가 어우러진 밴드다운 음악이다.


<날 원해> <A Farewell Song>처럼 중독적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곡이다. 이런 곡들에서 보컬 승준의 목소리는 상처받았고 지쳐있지만, 사실 그는 선한 소년 같은 목소리다. 2005년에 발표한 EP Vodka Rain」에서는 <A Farewell Song> 분위기의 곡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아무래도 좋아>. <나의 사춘기> 같은 데뷔 앨범의 수록곡은 마치 학생 밴드의 작품처럼 치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데뷔 앨범은 안승준의 소년 같은 보컬과 잘 어울리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분명히 이동해 EP와 달라진 느낌을 준다.


그러나 EP의 진지하고 내향적이며 심지어 우울하게도 느껴지는 정서가 더 좋았다는 이들도 있다. 그러한 모습은 아마도 「Wonder Years 2」라는 이름으로 또 한장의 앨범으로 묶여 나올지도 모른다. 우리의 원더했던 사춘기가 단편이 아니었던 것처럼.



보드카 레인은

사춘기를 노래하고 있지만 사실 <첫사랑의 결혼을 듣는 나이>의 예비역들이다.

드럼 서상준, 기타 이해완(위퍼 멤버였다), 베이스 주윤하(대부분의 곡을 작곡, 보컬과 20년 친구), 보컬 안승준(대부분의 곡을 작사하고 앨범 재킷 일러스트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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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에 기고했다가 짤린 글이다. 자르신 분도 이 블로그에 가끔 방문하시지만 제 표현에 악의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