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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바이아 음악

드럼의 땅, 브라질의 영혼

Bahia Music

 

도올 선생이 민주화의 가장 큰 혜택이라고 말씀하셨던가.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를 적극 활용한 한국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브라질도 예외는 아니나, 브라질의 아프리카, 브라질의 영혼과 같은 매력적인 별칭을 가지고 있는 바이아는 아직 이과수 폭포나 리우에 비해 여행지 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다. 하긴 포르투갈 식민지 역사상 최초의 수도였지만 18세기에 리우에 그 자리를 물려주며 일찌감치 뒤로 물러났고, 지금은 이름도 살바도르가 되었다. 그래도 브라질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다.

유서 깊은 도시인 만큼 브라질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하지만 황금처럼 빛나는) 성 프란시스코 성당이나 바실리카 사원 등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이 한데 모여 있는 제수스 광장에서 카포에이라(브라질의 흑인 문화 기원의 전통 무예)를 공연하며 타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 또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드럼의 땅이라는 수식어가 괜한 것이 아닐 테니 말이다.


바이아는 포르투갈인들에 의해 북아메리카와 서아프리카를 잇는 노예 무역의 중심지가 되었고 흑인 인구가 급속히 늘었다. 지금도 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흑인들, 식생활과 종교, 그리고 음악에 이르기까지 흑인 문화가 지배적이다(브라질의 아프리카). 바이아의 흑인들은 점차 브라질 전역으로 퍼져나가는데 아프리카 문화 역시 이전된다. 리우에서 꽃을 피운 삼바와 카니발 문화 역시 바이아에서 비롯된 것이다(브라질의 영혼). 아프리카의 영향이 강하다 보니 타악의 비중이 높은 음악이 자연스러웠을 터이다(드럼의 땅).


드럼의 땅을 확실히 느끼고 싶다면 슈퍼스타 카를리뉴스 브라운(Carlinhos Brown)이 이끄는 팀발라다(Timbalada)만한 밴드가 없을 것이다. 바이아에서 매주 공연을 펼친다는 이들은 멤버 수가 1~2백명의 대규모 밴드로 대부분이 타악기 주자다. 팀발라다는 카를리뉴스 브라운이 타악기 팀발레(timbale)를 손에 들기 편하게 개조한 악기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한 눈썹(brow)한 불량한 외모로 얻은 별명(brown)을 성인이 되어서도 자랑스럽게 유지하고 있는 인물로, 멤버들 모두를 아프리카 전사로 분장시켜 공연을 펼친다(불량한 눈썹과 1백인의 전사들!). 브라운과 팀발라다는 험상궂은 외모와 달리 거리의 청소년들을 선도하여 프로 뮤지션의 길로 이끄는 선행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사실은 멤버 확보 때문?).


선행 정도가 아니라 확실한 행동을 보여주는 그룹도 있는데, 카니발 음악을 하는 일레 아이예(Ile Aiye)는 아프리카 문화와 흑인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워크숍과 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종종 TV에 등장해 백인 사회를 겨냥한 의제로 논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팀발라다와 일레 아이예는 바이아 음악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지만, 어느 정도 그 특징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있다. 강한 아프리카 기원성과 행동주의라는 측면에서 많은 바이아 출신 뮤지션들이 그렇다. 백인 가수 마리아 베타니아 조차 <Yourubahia>라는 곡으로 아프리카(요루바족)를 찬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바이아는 리우와 함께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이다. 브라질의 두 번째 흑인 장관 질베르투 질, 트로피칼리즘(Tropicalismo. 포식주의로 번역되며 다양한 음악 형식을 결합해 기성체제와 독재에 저항한 1960년대 말 브라질 음악의 경향을 일컬음)의 영웅 카에타누 벨로수, 보사노바의 교황 조앙 질베르투, 보사노바의 시인 비니시우스 지 모라에스, 도리발 카이미, 갈 코스타, 마리아 베타니아 이런 이름만으로도 바이아는 이미 여행의 영혼을 잠식한다. (by slow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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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ous / Brazil: Bahia
World Music Network | WORLD
리우 카니발의 삼바나 보사노바에 비해 덜 알려진 바이아 음악에 대한 가이드가 될 만한 앨범. 바이아의 특징으로 소개한 아프리카 전통(팀발라다)과 압도적인 드럼 연주(일레 아이예)를 들을 수 있음은 물론, 바이아의 구전문화를 전위적으로 재창조한 트로피칼리아의 달리 톰 제, 한 때 브라질에 레게 유행이 번졌음을 증명하는 에드손 고메즈 등이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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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ous / Tropicalia Ou Panis Et Circenses
Polydor Brazil / WORLD1968년에 발표된 이 앨범은 바이아 출신 뮤지션이 주축이 되었던 트로피칼리아의 선언서로, 짧지만 강렬했던 한 음악운동의 서막을 알렸다. 질베르투 질의 선동적인 첫 곡 <Miserere Nóbis>(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부터, 그때부터 남달리 감미로웠던 카에타누 벨로수, (Beck)에게 영향을 끼친 어스 무탄튀스(Os Mutantes)의 초현실적인 <Panis Et Circenses> . (벡은 「Mutations」와 <Tropicalia>로 이들을 기렸다.)

 

(by slowtry. from hottra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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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핫트랙스 1월호에 소개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