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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남겨진다 살아낸다 무조건 행복하게 최근 몇년 사이 만난 문인 중에 박완서 선생님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댁에 인터뷰를 위해 찾아뵈었을 때, 한참 말씀하시다가 '아참 마실 것도 안 내왔네' 하시며 물부터 시작해서 와인까지 집안에 있는 액체란 다 권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당신에게 문학은 삶이란 취지의 이야기를 하시면서 쓰신 '살아낸다'는 표현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쉽게 삼키기 어려운 사연 많은 덩어리로 느껴졌는데, 내가 좋아해서 책까지 함께 만들게 된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 기사에서도 그런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어쩌면 그같은 정서적 공유지가 없었다면 김지수 기자와 나는 전혀 무관했을 것 같다. 김지수 기자의 산문집 는 '존재의 감동'을 노래하는 책이다.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존재란 대개 오전 8시 30분 2호선 객실처럼 지긋지긋.. 더보기
스바하(야! 만세)라고 외치고 싶은 책 '원더랜드' 핸드폰 화면에 조명이 들어왔다 나간다. 깜박, 깜박 하루에도 수십번 만지작 거리는 동안 켜졌다 꺼진다. 아마도 그 횟수 만큼 우리는 어떤 생각이 들었다 다른 생각으로 옮겨 가곤 할 것이다. 며칠 전에 밥알을 씹어야 할 어금니가 혀를 깨물었는데 바로 약국으로 뛰어가야 할 만큼 아팠다. 다년간 혀를 씹어왔지만 이 정도로 씹었으면 곪을 것이고, 잘 관리해도 일주일은 바보 같이 혀를 깨물어 먹는 내 모습을 상기시키기 위해 아프고 욱신 거릴 것이다. 구세약국의 박용범 약사는 교수의 서재처럼 위용을 자랑하는 한약상자들 앞에서 오라메디 연고를 건네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혀를 씹는 것은 강박증이 있기 때문인데." 나는 밥을 씹으며 반찬을 걱정했던 것일까?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는 오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사람.. 더보기
12월 24일 귀여워 보이는 녹색나무 카드를 골라 계산대 앞에 섰다. 점원은 어렸고 작았다. 몸이 떨렸다. 함께 외로웠다. "모처럼만에 그리움을 녹이는 크리스마스 휴일이 되었으면 좋겠어." 12월 24일 그리운 아내에게 쓴다. 더보기
11월 10, 11일 촉촉하고 올드한 집앞 국제적인 철조망풍경 더보기
11월 7일 놀이터에서 놀았다. 일곱살, 이름은 잊었다. 더보기
일의 기쁨과 슬픔 "가장 서글픈 사실 중의 하나는, 사람이 하루에 여덟 시간씩 매일 할 수 있는 일이란 일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하루에 여덟 시간씩 계속 밥을 먹을 수도 없으며, 또 여덟 시간씩 술을 마실 수도 없으며, 섹스를 할 수도 없지요. 여덟 시간씩 할 수 있는 일이란 일밖엔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토록 비참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이지요." 김욱동 편, (문지, 1986) - 김현 에서 재인용 여덟 시간 일하고, 오랜만에 여덟 시간만 일하고 차를 출발했다. 영동대교를 건너며 강변북로에 오르는 데 실패. 성수동에서 야근하는 형과 순대국밥을 먹었다. 더보기
만끽 한숨과도 같은 담배 한 모금을 내뿜으며 사람들은 마음을 환기하고 쇄신할 수 있다. 덩 샤오핑에게 사람들이 장수의 비결을 물었을 때, 그는 '끽연'이 그 비결이라고 말했다 한다. 만끽한다는 것만큼 지혜로운 건강법은 없다. 김소연, 25p '차 한잔과 담배 한 모금' 어제는 취했고 오늘은 취해 있었다. 요즘은 술 마실 때마다 대취하고 싶다. 왜 그럴까 생각하다 을 들춰보았다. 더보기
얀 마텔의 고귀한 바이올린 독주 같은 이야기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 -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작가정신 얀 마텔의 고귀한 바이올린 독주 같은 이야기 어느 늦은 저녁, 난 음악 하는 청소부를 만난 독특한 일화를 이야기한 후에, 의자를 밀치고 벌떡 일어나서 외칠 것 같다. ‘듣고 있니? 모든 게 말이다 ; 그래 ; 손닿을 곳에 있었지’라고. - 얀 마텔, 「미국 작곡가 존 모턴의 을 들었을 때」에서 얀 마텔 「파이 이야기」로 유력 문학상을 받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얀 마텔도 20대 후반까지는 벌이가 없는 막연한 문학 청년이었다. 부모님께 기대 살며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걱정스럽지 않았다’. 왜나면 머릿속에 긴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 속에는 “갓난아기나 고귀한 바이올린 독주곡에서 볼 수 있는 삶이 거기 있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