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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남겨진다 살아낸다 무조건 행복하게

최근 몇년 사이 만난 문인 중에 박완서 선생님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댁에 인터뷰를 위해 찾아뵈었을 때, 한참 말씀하시다가 '아참 마실 것도 안 내왔네' 하시며
물부터 시작해서 와인까지 집안에 있는 액체란 다 권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당신에게 문학은 삶이란 취지의 이야기를 하시면서 쓰신 '살아낸다'는 표현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쉽게 삼키기 어려운 사연 많은 덩어리로 느껴졌는데,
내가 좋아해서 책까지 함께 만들게 된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 기사에서도
그런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어쩌면 그같은 정서적 공유지가 없었다면 김지수 기자와 나는 전혀 무관했을 것 같다.

김지수 기자의 산문집 <나는 왜 이 도시에 남겨졌을까>는 '존재의 감동'을 노래하는 책이다.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존재란 대개 오전 8시 30분 2호선 객실처럼 지긋지긋하지만
사람들은 부재를 더없이 난감해 한다.
그녀는 함께 살아낸 것들에게 감사해 하며 작은 것부터 주변 사람, 자연에 이르기까지
감동의 목록을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서울신문에 '서울이 숨겨 놓은 인간다움 찾기'(윤창수 기자)란 제목으로 좋은 기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