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더라도, 더 좋은 것은 있을 거라고 믿는다.”
My Aunt Mary
- 3집 사운드는 마음을 고양시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엔 조금 차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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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용. 기타, 보컬)3집은 기타 게인을 앰프에 많이 걸었고, 이번에는 이펙터에 많이 썼다. 이펙터에 많이 걸면 좀더 정제되고 차분한 느낌이 나고, 앰프 쪽에 걸면 좀더 입자가 크고 굵고 끈적끈적한 느낌이 많이 난다.
- 왜 그런 차이를 두었나?
(정)밸런스를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 앰프에 많이 걸면 소스 자체는 풍부한데 배치를 하거나 다른 것들과 맞추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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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곡마다 다르다. 3집에서도 섬세하게 연주한 것도 있고, 어떤 곡은 옛날 헤비메틀 형님들처럼 두꺼운 피크 가지고 방방방방 치는 것도 있었다.
- <S.E.O.U.L> 가사를 보니, 데뷔 앨범의 <Sunday 그리고 Seoul>도 그렇고 서울의 이중성, 부조리함을 다룬 것 같다.
(정)정준이 쓴 가사다. 서울 노래들에는 ‘아름다운 서울, 럭키 서울, 거리마다 푸른 꿈이 넘쳐 흐르는’ 같은 희망적인 노래들뿐이더라. 그런데 그 넘쳐나던 럭키는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내가 보는 서울은 그런 게 아닌데. 그런 건 누구의, 어느 서울인가? 그런데 정준이가 쓴 가사가 딱 그거였다.
- 한 10년 전이라면 ‘그 많던 럭키는 다 어디로’ 같은 가사를 실제로 썼을 것 같다.
(정)내가 썼던 가사에는 있었다. 조금 생각을 하게 하는, 어두운 내용인데, 12곡 중에 이정도 어두운 것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나?
- <골든 글러브> 같은 희망의 정서도 ‘럭키 서울’ 같은 건 아니었다.
(정)럭키 서울이란 희망이 아니라, 속임수 아닌가?
- 음악을 듣는 방법이 ‘음반과 전용 오디오 플레이어’에서 미니홈피나 벨소리 같은 부가적인 형태로 많이 바뀌어가는 것 같다. 그래도 될까?
(정)사운드적인 측면과 음악을 듣는 낭만이란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문제다. 처음 CD 나올 때 인간미가 없다느니 말들이 있었지만, 곧 CD가 대세가 되지 않았나. 지금은 과도기인 것 같고 그런 와중에 음악을 듣는 새로운 방법들이 자리잡아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정치적인 대답인 것 같은데.
(한)그런 기대, 마음가짐이 아니라면 하루하루가 좌절일 텐데? 이 생활 못한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지.
(박) 많이 아쉽긴 하다. 정성을 들였는데 고작 미니홈피로 듣고, 정말 좋은 스피커로 들었을 때랑 차이가 많이 나는데, 요즘 세대들에게 그런 문화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 어떤 앨범을 만들고 싶었나? 결과는?
(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디지털 플레이어에 선택해서 즐기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앨범 낸지 얼마 안되어서, 아직 뭐가 됐는지는 모르겠다.
(박) 3집에서는 우리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다 해봤다. 이번에는 깔끔하고 정제된 음악을 해보고 싶었고, 신곡들이 전반적으로 그런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강한 선율에 전개가 화려한 곡을 만들기보다 유연한, 편한, 앨범 전체가 좋다는 평을 받고 싶었다.
- 조지 벤슨이나 해리코닉 주니어의 팝 앨범 같은 편안함?
(정)해리코닉 주니어의 앨범 중에 가장 성향이 기존과 다르면서도 대중적인 앨범이 「She」였는데, 예전의 재즈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랑받은, 그런 게 좋은 앨범인 것 같다. 그 앨범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 못 봤다.
- 상당히 오래된 앨범인데, 그런 영향으로 메리도 복고적인 것 아닐까?
(정)좋은 클래식이 좋은 트랜드의 옷을 입은 게 멋진, 쿨한 음악인 것 같다. 트랜디한 감각만 갖고 있는 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클래식이란 게 단지 오래되었다거나 형식화 되었다기보다,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박) 우리가 팝, 팝하는데 우리는 대중과 만나고 싶은 세 친구고 밴드라고 생각한다. 자기들끼리만 좋아하는 음악을 하겠다는, 마니아층을 노리는 음악도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 그런데 평론가들이 더 좋아하니 어쩌나.
(정)기분은 좋았지만, 그때 사실 놀랐다. 왜 그렇게 좋게 평가 했을까? 정말 좋은 음악이라면 평론가가 되었건 꼬마가 되었건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 우리나라에서는 해리코닉 주니어의 「She」를 아는 대중이 별로 없는데, 그런 데에서 메리와 대중의 거리가 발생하는 것 아닐까?
(정)그런 거리가 있다면, 우리는 사람들 쪽으로 좁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할 수 있다면.
- 아직 절절한 사랑 노래는 없는 것 같다.
(한) 사랑 노래가 특별히 와 닿지 않았었다. 다른 가수들이 많이 하니까. 그런데 사랑이 제일 중요하더라. 제일 공감과 호응을 끌어내기 좋다. 이번에 사랑, 이별 얘기를 해봤는데 아직 어려운 것 같다. 절절한 사랑 노래는 감성 자체가 조금…
(정) 그런 건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니까. 우리는 다른 걸 해야지.
- 가요에서 사랑의 여러 가지 측면이 다뤄졌으면 좋겠다.
(정) 그런 노래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맨날 돌아와줘, 너밖에 없고, 너의 뒤에서 같은 가사, 그런 건 우리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비틀즈는 예수보다 유명하고, 우리는 비틀즈보다 유명하다”고 말하고 다닌 (이상한 소리 많이 했던) 리엄 갤러거가 “태양 아래 더 이상 새로울 게 뭐냐”는 말을 했는데,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음악 자체가 지구상에 없던 건 아니지 않나. 그런 면에서 사랑 얘기는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지만 먼가 다른 걸 또 찾아야 할 것 같다.
- 만화 ‘20세기 소년’을 보면 캔지(주인공)가 기타로 작곡하다가 “어, 이렇게 하면 표절인데”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 경우가 있나?
(한) 그런 경우 버린다. 모니터링을 최대한 많이 하고 만약 테마가 어떤 곡과 비슷하다면 원곡보다 좋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 때문에 차라리 버린다.
- 닐영의 <After The Gold Rush>와 패닉의 <달팽이>, 벤 폴즈의 <Brick>처럼 테마가 비슷한 음악들이 있는데, 그래도 각각 다른 감동을 주니 모두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녹음실에서 음악을 듣다가, “야, 오늘은 데이브 매튜스 말고 딴 거 듣자”라고 했다. 그런데 데이브 매튜스가 아니라 존 마이어라는 사람이라는 거다. 나중에 존 메이어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나는 업그레이드되고 젊어진 데이브 매튜스라고 생각했다. 데이브 매튜스보다 나빴다면 아류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좋았기 때문에 인정하는 거다. 메리도 외국 팝 사운드의 영향이 참 많은데, 그게 모방이냐, 더 좋은 것의 탄생이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더 좋지 않다면, 내가 확신이 없다면 버린다. 우리는 앨범을 발표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수도 없이 악기를 직접 들고 손으로 연주한다. 연주 전 마음가짐이 중요한데 그런 마음으로는 힘들다.
- 연주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에 드는 곡이어야 하는 걸까?
(한)녹음할 때 라이브를 상상하면서 한다.
인터뷰 slowtry | 장소 신사동 플럭서스 사무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