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ary

마이 앤트 메리 인터뷰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더라도, 더 좋은 것은 있을 거라고 믿는다.
My Aunt Mary


제목은 「Just Pop」이었지만, 생각만큼 인기가 있진 않았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한국대중음악상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이라며 칭찬했다. ‘슈퍼스타 감사용 OST에 사용하지 않는 우를 범했지만, 박카스는 <골든 글러브>를 앞세워 비타500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3집이 거둔 이 같은 알쏭달쏭한 성적을 뒤로 하고, 지난 연말 4집 「Drift」를 발표한 마이 앤트 메리를 만났다.


- 3집 사운드는 마음을 고양시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엔 조금 차분하다.

(한진영. 베이스)그땐 약간 거칠게 친 소스로 녹음했다. 섬세한 것보다는 신나게, 거칠게 친 게 많아서 그렇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정순용. 기타, 보컬)3집은 기타 게인을 앰프에 많이 걸었고, 이번에는 이펙터에 많이 썼다. 이펙터에 많이 걸면 좀더 정제되고 차분한 느낌이 나고, 앰프 쪽에 걸면 좀더 입자가 크고 굵고 끈적끈적한 느낌이 많이 난다.


-
왜 그런 차이를 두었나?

()밸런스를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 앰프에 많이 걸면 소스 자체는 풍부한데 배치를 하거나 다른 것들과 맞추기가 힘들다.

(박정준. 드럼) 편안하면서 깔끔한 걸 위해서.

() 곡마다 다르다. 3집에서도 섬세하게 연주한 것도 있고, 어떤 곡은 옛날 헤비메틀 형님들처럼 두꺼운 피크 가지고 방방방방 치는 것도 있었다.


- <S.E.O.U.L>
가사를 보니, 데뷔 앨범의 <Sunday 그리고 Seoul>도 그렇고 서울의 이중성, 부조리함을 다룬 것 같다.

()정준이 쓴 가사다. 서울 노래들에는 아름다운 서울, 럭키 서울, 거리마다 푸른 꿈이 넘쳐 흐르는 같은 희망적인 노래들뿐이더라. 그런데 그 넘쳐나던 럭키는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내가 보는 서울은 그런 게 아닌데. 그런 건 누구의, 어느 서울인가? 그런데 정준이가 쓴 가사가 딱 그거였다.


-
10년 전이라면 그 많던 럭키는 다 어디로 같은 가사를 실제로 썼을 것 같다.

()내가 썼던 가사에는 있었다. 조금 생각을 하게 하는, 어두운 내용인데, 12곡 중에 이정도 어두운 것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나?


- <
골든 글러브> 같은 희망의 정서도 럭키 서울 같은 건 아니었다.

()럭키 서울이란 희망이 아니라, 속임수 아닌가?


-
음악을 듣는 방법이 음반과 전용 오디오 플레이어에서 미니홈피나 벨소리 같은 부가적인 형태로 많이 바뀌어가는 것 같다. 그래도 될까?

()사운드적인 측면과 음악을 듣는 낭만이란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문제다. 처음 CD 나올 때 인간미가 없다느니 말들이 있었지만, CD가 대세가 되지 않았나. 지금은 과도기인 것 같고 그런 와중에 음악을 듣는 새로운 방법들이 자리잡아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정치적인 대답인 것 같은데.

()그런 기대, 마음가짐이 아니라면 하루하루가 좌절일 텐데? 이 생활 못한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지.

() 많이 아쉽긴 하다. 정성을 들였는데 고작 미니홈피로 듣고, 정말 좋은 스피커로 들었을 때랑 차이가 많이 나는데, 요즘 세대들에게 그런 문화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
어떤 앨범을 만들고 싶었나? 결과는?

()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디지털 플레이어에 선택해서 즐기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앨범 낸지 얼마 안되어서, 아직 뭐가 됐는지는 모르겠다.

() 3집에서는 우리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다 해봤다. 이번에는 깔끔하고 정제된 음악을 해보고 싶었고, 신곡들이 전반적으로 그런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강한 선율에 전개가 화려한 곡을 만들기보다 유연한, 편한, 앨범 전체가 좋다는 평을 받고 싶었다.


-
조지 벤슨이나 해리코닉 주니어의 팝 앨범 같은 편안함?

()해리코닉 주니어의 앨범 중에 가장 성향이 기존과 다르면서도 대중적인 앨범이 She」였는데, 예전의 재즈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랑받은, 그런 게 좋은 앨범인 것 같다. 그 앨범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 못 봤다.


-
상당히 오래된 앨범인데, 그런 영향으로 메리도 복고적인 것 아닐까?

()좋은 클래식이 좋은 트랜드의 옷을 입은 게 멋진, 쿨한 음악인 것 같다. 트랜디한 감각만 갖고 있는 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클래식이란 게 단지 오래되었다거나 형식화 되었다기보다,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 우리가 팝, 팝하는데 우리는 대중과 만나고 싶은 세 친구고 밴드라고 생각한다. 자기들끼리만 좋아하는 음악을 하겠다는, 마니아층을 노리는 음악도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
그런데 평론가들이 더 좋아하니 어쩌나.

()기분은 좋았지만, 그때 사실 놀랐다. 왜 그렇게 좋게 평가 했을까? 정말 좋은 음악이라면 평론가가 되었건 꼬마가 되었건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
우리나라에서는 해리코닉 주니어의 She」를 아는 대중이 별로 없는데, 그런 데에서 메리와 대중의 거리가 발생하는 것 아닐까?

()그런 거리가 있다면, 우리는 사람들 쪽으로 좁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할 수 있다면.


-
아직 절절한 사랑 노래는 없는 것 같다.

() 사랑 노래가 특별히 와 닿지 않았었다. 다른 가수들이 많이 하니까. 그런데 사랑이 제일 중요하더라. 제일 공감과 호응을 끌어내기 좋다. 이번에 사랑, 이별 얘기를 해봤는데 아직 어려운 것 같다. 절절한 사랑 노래는 감성 자체가 조금

() 그런 건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니까. 우리는 다른 걸 해야지.


-
가요에서 사랑의 여러 가지 측면이 다뤄졌으면 좋겠다.

() 그런 노래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맨날 돌아와줘, 너밖에 없고, 너의 뒤에서 같은 가사, 그런 건 우리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비틀즈는 예수보다 유명하고, 우리는 비틀즈보다 유명하다고 말하고 다닌 (이상한 소리 많이 했던) 리엄 갤러거가 태양 아래 더 이상 새로울 게 뭐냐는 말을 했는데,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음악 자체가 지구상에 없던 건 아니지 않나. 그런 면에서 사랑 얘기는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지만 먼가 다른 걸 또 찾아야 할 것 같다.


-
만화 20세기 소년을 보면 캔지(주인공)가 기타로 작곡하다가 , 이렇게 하면 표절인데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 경우가 있나?

() 그런 경우 버린다. 모니터링을 최대한 많이 하고 만약 테마가 어떤 곡과 비슷하다면 원곡보다 좋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 때문에 차라리 버린다.


-
닐영의 <After The Gold Rush>와 패닉의 <달팽이>, 벤 폴즈의 <Brick>처럼 테마가 비슷한 음악들이 있는데, 그래도 각각 다른 감동을 주니 모두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데.

()녹음실에서 음악을 듣다가, , 오늘은 데이브 매튜스 말고 딴 거 듣자라고 했다. 그런데 데이브 매튜스가 아니라 존 마이어라는 사람이라는 거다. 나중에 존 메이어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나는 업그레이드되고 젊어진 데이브 매튜스라고 생각했다. 데이브 매튜스보다 나빴다면 아류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좋았기 때문에 인정하는 거다. 메리도 외국 팝 사운드의 영향이 참 많은데, 그게 모방이냐, 더 좋은 것의 탄생이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더 좋지 않다면, 내가 확신이 없다면 버린다. 우리는 앨범을 발표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수도 없이 악기를 직접 들고 손으로 연주한다. 연주 전 마음가짐이 중요한데 그런 마음으로는 힘들다.


-
연주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에 드는 곡이어야 하는 걸까?

()녹음할 때 라이브를 상상하면서 한다.

 

인터뷰 slowtry | 장소 신사동 플럭서스 사무실 | 2007년 1월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