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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거침없이 똑바로 살아라

밥을 먹으면서 경향신문을 봤다.
저녁밥이었고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뒷자리에 대한 서민정 선생의 안타까운 심정을 그린 에피소드를 보며 잔잔한 마음의 파장을 느낀 뒤였다.
물론 아들의 바나나를 뺐어 먹으려는 이순재 원장의 아이 같은 행동은 여러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신문 읽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러나 신문을 보지 않을 수도 없다. 요즘은 그렇게 생각한다. "잘 편들기 위해" 공부했다는 장정일처럼 요즘은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은 이상한 아파트 공화국
새것에 대한 동경이 맹목적인 숭배를 불러왔다는 것이 프랑스의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의 의견이다. 누구나 땅은 좁고 인구는 많아서 서울에 아파트가 많아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프트 말고도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나도 아파트가 좋은 주거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철학에 따라 아파트를 사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

긴급조치 판결 판사 명단 공개
"학원강사가 강의 중 박정희는 군인 출신이기 때문에 정치를 잘 할 수 없다"라고 말해서 '징8자5년'이란 걸 받았다고 한다. 개연성이 없는 말이긴 하지만, 8년, 5년... 꽤 긴 시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같은 당시 긴급조치 위반 판결 내용과 판사 명단이 공개되었다. 다 지나간 일인데 들쑤시고 세상을 어지럽히냐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수업 도중에 "1인 정권"이라고 긴급조치를 비판한 교사에게 "박정희 정권의 장기집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무죄 선고한 이영구 판사는 1달만에 법복을 벗었다. 누구나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때 인간의 존엄을 지킨 사람들의 존엄을 이런 식으로라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 "왜 하필 지금이냐"
긴급조치 위반사건 관여 판사 명단 공개에 대해 대선을 앞둔 지금 공개하는 것은 "나에 대한 정치 공세"라고 밝혔다고 한다. 긴급조치 위반사건에는 박정희란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박근혜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불만을 가질 만 하다.

그런데, 같은 기사에서 이런 말이 인용되어 있다. "교육 본질과 상관 없는 이념화/정치화 교육,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교육을 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전교조를 비판했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라는 헌법 가치"라는 구절에 이르러 갑자기 궁금해졌다. 시장 경제가 헌법 가치일까? 집에 있는 '내가 처음 만난 대한민국 헌법'이라는 책에서 찾아보았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그리 길지 않다. 경제와 관련된 부분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제23조
①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②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부분의 23조 조항을 보니, 모든 국민의 재산권이 보장되더라도 그 행사가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를테면 부동산 투기는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으니 하면 안되는 것이다.

제119조
①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②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제 9장은 경제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119조를 보니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지만 국가가 적정한 소득분배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읽다보니 의외로 좋은 내용이 많이 있다. 여자와 연소자의 근로는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는 규정도 그 중 하나다. 진보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잘 이행되지 않으니...

읽어보았지만 헌법의 어느 부분이 시장 경제의 가치를 보장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얼렁뚱땅 시장 경제가 헌법의 가치가 되어버리고 그가 생각하는 시장 경제의 내용이 헌법의 가치라고 또 주장할 셈이 아닌가 싶다. 걱정된다.

시장 경제는 어느 한가지로 규정되지 않는다. 글로벌 환경에 노출된 완전 자유 경쟁이 시장 경제의 이상형도 아니다. 미국의 시장 경제도 그렇게 발전된 적 없다. '괴물' 개봉 때 스크린 독점 얘기가 논란이 되었는데,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영화 감독과 평론가와 극장 주인이 있었다. 시장 경제인데 뭐가 잘못인가라는 시각이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였다. 시장하면 가장 자유롭게 발달된 나라가 미국 아닌가? 미국도 그런 식으로 독점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장이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특히 대통령 후보들의 생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처음 만난 대한민국 헌법
이향숙 지음, 김재홍 그림/을파소
이 책은 어린이 책이다. 그래도 헌법에 대해 전보다 많이 알게 해주었다.

국가의 역할
장하준 지음, 황해선, 이종태 옮김/부키
책 띠지에 이렇게 적혀 있다. "나와 내 아이들의 미래를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길 것인가? 우리 손으로 뽑은 국가에 맡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