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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인디고서원에서 온 우울한 편지

진정한 문화융성 국가를 갈망합니다

<인디고잉>이 지난 2년 동안 당선되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우수문예지 발간지원사업에
올해는 선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선정결과와는 무관하게 공모사업의 진행과 결과 발표에 있어 반드시 공론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의 자생력을 신장하고 이를 행정적·정책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매년 문예진흥기금을 공모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
우수문예지발간지원]도 문예진흥기금 사업 중 하나입니다.
2015
년도 사업을 위해 2014 11월에 공모신청을 받았고,
12
월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12 29일에 결과발표가 지연된다는 공지를 남긴 채,
3개월 동안 단 하나의 공지 없이 결과는 무기한 지연되었습니다.
지난 3 31일 그 결과가 발표되었으나,
선정된 곳의 이름과 당선금액이 공개되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확인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소액다건의 지원을 지양하고자 전문적인 예술단체에 집중하여 예산을 지급하게 되었다는 짧은 설명이 있었으나,
그것으로는 이해되지 않을 만큼 작년에 비해 당선된 단체의 수가 지나치게 적습니다.
우수문예지지원사업만 비교하자면
작년 55개였던 것이 올해에는 14개가 당선, 1/3 수준에 불과합니다.
우수문예지뿐만 아니라 문학분야와 연극분야 전체 당선된 단체가 47,
작년 동일 사업에 당선된 122개에 비하면
아무리 지원의 방향성이 바뀌었다 할지라도 지나치게 줄어든 숫자입니다.
그리고 지원결정된 총예산의 규모는 작년과 크게 변동이 없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측에 여러 차례 통화하여 요청하였습니다.
결과가 지연된 것과 그에 관한 어떠한 공지를 하지 않은 것을 시정하고,
사업당선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의 이유를 공지하기를 부탁하였습니다.
건의사항이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공개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며
국가기관으로서 더 공개적으로 진행해주기를 말이지요.
하지만 지친 목소리로 직원분들이 죄송하다고 답변만 할 뿐,
그 어떤 변화도 없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설립 취지가 그러하듯,
자생하기 어려운 문화예술계의 생태계에서
창작활동이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하는 이곳은
오로지‘내부사정’만 강조한 채 불분명하고 불투명하게 이 모든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삶에서 마주치는 이와 유사한 장면은 수없이 많습니다.
명백히 잘못한 일임에도 그렇게 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태도 때문에
불가능해진 것은 얼마나 많은지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시선으로 보면 분명 해결방법은 있습니다.

이러한 공익을 수행하는 것이 국가기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국가는 어떤 모습인가요?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라면 불가능한 일조차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국가이길 바랍니다.
누군가의 권력과 입장에 따라 좌지우지되지 않고,
공공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국가이길 바랍니다.
그 과정이 어렵고 방법이 묘연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 국가이어야 할 것입니다.

세계대공황 시절,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문화와 예술을 위한 국가 지원을 강화했습니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정부기관이 나서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이것이 시대의 어둠을 뚫고 나가리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루스벨트의 지원은 사회적 책임을 가진 예술가들을 양성해냈고,
미술, 음악,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적 성과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예술가들을 바탕으로 한 미국 최고의 예술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어려운 시절일수록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더욱 넓고 깊게 시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현실을 고민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가능성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그 무엇보다 투명하고 독립적이어야 하며, 다양성을 확보하는 형태여야 합니다.
국정기조로 ‘문화융성’을 표방하고,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회(인문특위)까지 설치한 이번 정권이
듣고자 하는 것은 누구의 목소리며, 누구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지요.

유능한 국가, 신뢰할 수 있는 국가, 정의가 실현되는 국가를 일상에서 만나고 싶은 것은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갖는 마땅한 바람이라 생각합니다.
인디고 서원은 문화예술기관의 한 곳으로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한 수많은 가려진 공공의 영역을 되찾는 노력을 끝까지 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많은 제언도 함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