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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그림 구경하기, 읽기, 투자하기_'그림쇼핑'을 읽고

그림쇼핑
이규현 지음/공간사
"사서 보는 그림 이야기", "보고 느끼고 투자하다"
책 표지에 보이는 이같은 문구들이 '그림'과 '쇼핑'의 낯선 조합으로 이뤄진
이 책의 제목에 대한 강렬한 설명이라는 사실을 책을 읽어 보고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미술 서적의 트랜드는 그림에 대한 미술적인 분석에서 벗어나
문학, 인문학, 철학, 영화 등 주변 문화/학문과 연계되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지 벌써 10년 쯤 된 것 같다. 그동안 우리는 걸작이라고 알려진 그림들의 조형미를
이해하고자 애쓰던 때에서, 그리스 신화를 읽는 쪽으로 변화한 것 같다.

요즘 일반 서적의 트랜드는 경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런 흐름으로 미술이 접목됨을 의미하는 걸까?
모르지, '그림쇼핑'이 성공해서 미술과 돈의 관계에 대한 재미있는 책들이 많이 나올지도 모른다.
K옥션의 김순응 대표는 미술 비전문가로서 미술품 경매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5천권의 책을 읽었다고 하니
번역서를 내려고 해도 자원은 무궁무진할 것 같다.

그러나 미술과 돈의 이야기는 출판계의 트랜드이기 전에 미술의 생존 조건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미 국내에서도 간접적으로 관련된 책들이 나온 적이 있는데,
'피카소 만들기'도 그렇고 모니카 봄 두첸의 '세계 명화 비밀'도 그렇고
미술 작품의 뒷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의 주요 내용은 바로 돈 이야기였다.
어떻게 보면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봐도 그렇다.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빈센트는 작품이 잘 팔리지 않아서,
돈이 없어서 무척 괴로워 한다.

'세계 명화 비밀'에 대한 독자 서평 중에 미술을 순수하게 좋아했는데, 작품에 대한 뒷 이야기들을 알게 되니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되어 바람직 하지 않다는 글이 있었다. 물론 그렇다.
불우한 작가의 작품에서 불우한 기운을 지레 짐작하는 것처럼 안이한 비평도 없으니까.
그런데 나는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살고 싶지는 않다. 작품에 대한 허무맹랑한 무지의 신화를 쌓아 올리는 데 동참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좋아하는 화가, 존경하는 평론가, 부러운 컬렉터들이 어떻게 미술을 대하는 지 아는 것이 좋겠다.
내 생각엔 인문학적 그림 독서로 내공을 쌓으신 분들이 '그림쇼핑'을 읽는다면 한국 미술 시장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를 정도다. (by slowtry 200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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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무척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