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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이 책을 번역하신 임희근 선생님을 만나 전해 받았다. (고맙습니다.) 원작인 프랑스어판은 고작 34페이지, 인터뷰(정말 가치 있고 흥미로웠다)와 추천사(조국 교수의 자칭 '선동질')가 덧붙여진 한국어판도 86페이지에 불과하여 단숨에 읽을 수 있다. 조국 교수도 말했지만 그러나 이 책은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화두로 들어가기에 앞서, 백발이 성성하고 쪼글쪼글한 이 93세 할아버지는 나치 독일에 저항한 프랑스 레지스탕스였고 전후에는 UN과 프랑스 외교관으로 일하며 불의에 맞서는 편에 서왔다고 한다. 스테판 에셀, 이 책의 저자에게는 흥미로운 혈통의 비밀이 있는데 그의 어머니 헬렌 구른트는 소설이자 영화인 '줄앤짐'의 실제 모델이다.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 하면, 그가 세살 때 어머니는 다른 .. 더보기
남겨진다 살아낸다 무조건 행복하게 최근 몇년 사이 만난 문인 중에 박완서 선생님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댁에 인터뷰를 위해 찾아뵈었을 때, 한참 말씀하시다가 '아참 마실 것도 안 내왔네' 하시며 물부터 시작해서 와인까지 집안에 있는 액체란 다 권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당신에게 문학은 삶이란 취지의 이야기를 하시면서 쓰신 '살아낸다'는 표현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쉽게 삼키기 어려운 사연 많은 덩어리로 느껴졌는데, 내가 좋아해서 책까지 함께 만들게 된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 기사에서도 그런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어쩌면 그같은 정서적 공유지가 없었다면 김지수 기자와 나는 전혀 무관했을 것 같다. 김지수 기자의 산문집 는 '존재의 감동'을 노래하는 책이다.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존재란 대개 오전 8시 30분 2호선 객실처럼 지긋지긋.. 더보기
스바하(야! 만세)라고 외치고 싶은 책 '원더랜드' 핸드폰 화면에 조명이 들어왔다 나간다. 깜박, 깜박 하루에도 수십번 만지작 거리는 동안 켜졌다 꺼진다. 아마도 그 횟수 만큼 우리는 어떤 생각이 들었다 다른 생각으로 옮겨 가곤 할 것이다. 며칠 전에 밥알을 씹어야 할 어금니가 혀를 깨물었는데 바로 약국으로 뛰어가야 할 만큼 아팠다. 다년간 혀를 씹어왔지만 이 정도로 씹었으면 곪을 것이고, 잘 관리해도 일주일은 바보 같이 혀를 깨물어 먹는 내 모습을 상기시키기 위해 아프고 욱신 거릴 것이다. 구세약국의 박용범 약사는 교수의 서재처럼 위용을 자랑하는 한약상자들 앞에서 오라메디 연고를 건네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혀를 씹는 것은 강박증이 있기 때문인데." 나는 밥을 씹으며 반찬을 걱정했던 것일까?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는 오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사람.. 더보기
Johnny Marr -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Song of The Week 일주일에 한곡씩 사라집니다) Johnny Marr는 스미스의 기타리스트로 유명했다. 다들 자니 마라고 불렀는데 생각해 보니 영국 사람이라면 조니 마였을지도. 밥 딜런의 을 멋들어지게 불렀는데 들어본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둘째를 출산하러 분만실에 들어간 아내를 위해 플레이어에 담아간 노래 중 하나다. 제목이 갖고 있는 낙관적인 분위기와 느슨한 목소리가 긴장된 분만실 분위기를 좀 누그러뜨리지 않을까 기대하며. 플레이리스트는 아내의 요청으로 만든 것이었지만, 긴장이 너무 고조되면 음악 끼어들 여지란 없다. 아내는 모든 전자제품(MP3플레이어, 핸드폰)의 사용을 금지하고 진통을 혼자 견디다 한시간쯤 후 의사를 불렀다. 둘째는 정말 놀랄만큼 빠르게, 순조롭게 태어났다. 그녀.. 더보기
12월 24일 귀여워 보이는 녹색나무 카드를 골라 계산대 앞에 섰다. 점원은 어렸고 작았다. 몸이 떨렸다. 함께 외로웠다. "모처럼만에 그리움을 녹이는 크리스마스 휴일이 되었으면 좋겠어." 12월 24일 그리운 아내에게 쓴다. 더보기
11월 10, 11일 촉촉하고 올드한 집앞 국제적인 철조망풍경 더보기
11월 7일 놀이터에서 놀았다. 일곱살, 이름은 잊었다. 더보기
일의 기쁨과 슬픔 "가장 서글픈 사실 중의 하나는, 사람이 하루에 여덟 시간씩 매일 할 수 있는 일이란 일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하루에 여덟 시간씩 계속 밥을 먹을 수도 없으며, 또 여덟 시간씩 술을 마실 수도 없으며, 섹스를 할 수도 없지요. 여덟 시간씩 할 수 있는 일이란 일밖엔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토록 비참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이지요." 김욱동 편, (문지, 1986) - 김현 에서 재인용 여덟 시간 일하고, 오랜만에 여덟 시간만 일하고 차를 출발했다. 영동대교를 건너며 강변북로에 오르는 데 실패. 성수동에서 야근하는 형과 순대국밥을 먹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