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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독후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한겨레출판

  그저 달리기만 하기에는 우리의 삶도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숙제는 따로 있었다. 나는 비로소 그 숙
제가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남아 있는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를 희미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공을 치고 던질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고, 어떤 야구
를 할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
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
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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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p.279)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프로야구단이 하나씩 있었다. 혹은 최소한 있었다. 참 신기한 일이 아닌가? 대개 어릴 때 팬이었던 팀을 지금도 응원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무얼 알아서 좋아하는 팀을 선택했을까, 대개는 아버지를 따라, 아버지의 고향을 따라, 삼성에 다니는 삼촌 덕분에 같은 이유 아닌 이유로 선택된 것이었다.
선택한 것도 아닌데 열렬히 사랑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프로야구단과 팬은 국가와 국민 같기도 하다는 유사성을 발견해야 하는 것인지, 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소년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만은 분명하다.

  박작가는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어쩌나 삼천포란 지명은 이제 사라졌고, 사천시의 일부가 되었다고 하니. 다만 삼천포의 교훈만은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쓴 것이 아닐까. 나는 이 소설이 개똥을 약으로 재탄생시킨 철학의 연금술, 줄여서 개똥철학의 금자탑이라고 생각한다. (by slowtry. 200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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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몇 년 전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이후 가장 단숨에 읽은 책이다(주5일제였기에 다행이었다). 얼마 전 금호동 '고구마'라는 헌책방에 갔다가 '젊은 날의 초상'을 비롯한 이문열의 책이 단연 많이 꽃혀 있는 걸 보고, 왜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날을 헐값에 팔아버렸을까 하는 생각을 내 마음대로 해보기도 했다. 물론 헌책방에 많은 책이 베스트셀러였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